구글과 ChatGPT는 왜 평범한 일상을 광고할까?

밤늦게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 초보 부모는 아이를 안은 채 급하게 휴대전화로 질문을 입력한다. 오타가 섞인 문장이지만 AI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안내한다. 얼핏 육아용품이나 스위첸의 아파트 광고처럼 보이지만, 이 영상의 주인공은 구글이다. 구글은 '아기의 탄생' 캠페인을 통해 AI 검색이 초보 부모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D-4f59NiEJo
ChatGPT도 비슷한 광고를 선보였다. 백발의 남성 시니어 모델 세 명이 ChatGPT의 음성 기능을 활용해 여행을 준비하고 옷차림을 고민한다. 복잡한 사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사람과 대화하듯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vX5lHAyqok
두 광고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의 광고인데 정작 기술의 우수성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답변하는지, 얼마나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지 설명하는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AI 서비스들이 왜 이런 광고를 만들고 있을까?
2026년 10월 기준 Chat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12억 명에 달하며, 구글 제미나이 앱 역시 월간 활성 이용자 10억 명을 넘어섰다. 집계 기준은 다르지만 두 서비스 모두 엄청난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4~2025년 한국미디어패널 공통 응답자 8,002명을 분석한 결과, 두 해 모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은 72.9%였다. 기술의 빠른 발전과 달리 사람들의 실제 이용 경험에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조사이므로 현재의 이용률로 해석할 수는 없다.
주변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AI로 업무를 자동화하고 직접 서비스를 만들지만, 누군가는 간단한 검색이나 이미지 수정 정도로 활용한다.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가진 가능성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필요성 사이에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두 회사가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소비자의 일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구글은 초보 부모의 막막한 육아 상황에서 AI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반면 ChatGPT는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도 음성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글이 AI를 사용할 상황을 보여준다면, ChatGPT는 AI 사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장벽을 낮추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기업이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AI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서비스를 먼저 사용할지는 아직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 수 있다. 육아가 막막할 때 구글을 찾고, 여행을 준비할 때 ChatGPT에 말을 거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그 순간 소비자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결국 AI 시장의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지를 넘어, 누가 소비자의 일상 속 사용 습관을 선점하느냐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두 광고 모두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소비자가 기술을 사용할 만한 장면을 먼저 보여준다. 사람들은 광고를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상황을 떠올리고,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AI를 한번 사용해 볼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광고를 본 사람들이 실제로 AI를 사용하게 됐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 광고가 소비자에게 남기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정보가 아니라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순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맥락을 설계하는 일이다.
마케터들은 종종 제품의 뛰어난 성능이나 새로운 기능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 제품을 언제, 왜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구글과 ChatGPT는 복잡한 인공지능을 설명하기 위해 더 어려운 기술 용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아기를 돌보는 부모의 막막함과 새로운 기술을 마주하는 시니어의 망설임을 선택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을 발견할 수 있는 장면에 기술을 배치한 것이다.
마케팅에서 맥락을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발견하고, 그 순간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일이다.
우리 브랜드의 광고는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소비자가 자신의 문제를 마주했을 때 우리 제품을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