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AI는 답을 만들고 마케터는 맥락을 설계한다‘

하루하루 쌓인 기록이 책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 첫 번째 책 『AI는 답을 만들고 마케터는 맥락을 설계한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며칠 전 실물 책을 받아보니 기쁘면서도 묘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첫 책을 출간하며 느낀 소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처음부터 책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 현장에서 일하며 마주했던 문제와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일상이 반복됐고, 많은 경험이 쌓였지만 정작 그 경험을 돌아볼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캠페인은 왜 성공했을까. 사람들은 왜 특정 브랜드에 열광할까. 같은 제품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왜 다른 반응을 얻을까.
그런 질문들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사례를 소개하기보다 현상의 이면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저만의 관점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글쓰기는 제게 일종의 복기 과정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쌓인 글들이 결국 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글을 꾸준히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기획서를 쓰고, 여러 프로젝트를 관리하다 보면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노트북을 열어야 했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몇 시간씩 자료를 찾다가 정작 한 문단도 쓰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걸 누가 읽을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냥 그만두면 안 될까?’
누군가 시킨 일도 아니었고,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계속 썼던 이유는 글쓰기가 제 생각을 바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하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한 번 더 질문하게 됐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생각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글을 계속 쓸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3. AI 시대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번 책의 제목은 『AI는 답을 만들고 마케터는 맥락을 설계한다』입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마케팅 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고, 시장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실무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그리고 수많은 답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답이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지, 소비자의 상황과 맞는지,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에 닿아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관점과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사례들을 담았습니다.
제목에 ‘마케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반드시 마케팅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선택하며 판단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결국 비슷한 질문을 마주합니다.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책이 누군가에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한 권의 책에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저의 몫이었지만,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원고를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신 출판사 관계자분들, 책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신 분들, 그리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추천사를 부탁드리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흔쾌히 도움을 주시고 따뜻한 말씀을 건네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고 의견을 남겨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글은 혼자 쓰지만,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은 결국 읽어주는 사람에게서 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곁에서 이해해 준 가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편으로는 책을 출간하고 나니 부족한 부분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고를 마무리한 뒤에도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고, 더 깊이 다루지 못한 주제들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첫 책의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생각을 완성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고민을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기는 일 말입니다.
5. 결국 하루하루 쌓인 기록이었습니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 가장 오래 떠올렸던 것은 특별한 성취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기 싫었던 날에도 노트북을 열었던 시간, 하나의 문장을 고치기 위해 반복해서 읽었던 순간, 주제를 고민하며 남겨두었던 메모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였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하나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모든 기록이 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노력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꾸준히 남기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출간은 제게 그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질문하고, 생각하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루하루 쌓아가면서 말입니다.
허보람 지음 | 슬로디미디어


